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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골목
   
from : 115.91.214.21     hit : 1915    date : 2016.01.07 pm 10:07:39
  name : 김영훈   homepage :
그 끝에는 네가 있어야 한다고 믿지만 골목을 돌아내리며 얼핏 거기엔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확실하면 멈추거나 돌아가야 하지만 내리막길의 加速度는 언제나 나를 멈추지 못하게 한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이 없을 듯하지만 언제라도 길은 끝날 수 있고 길이 꺾이면 거기가 막다른 길이 될 수도 있다. 골목을 헤매다 보니 그 길의 끝에 있는 너는 네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또한 가능하다. 너는 네가 아닌 그가 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길은 길이 아니다. 그 끝에 도달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믿지만 그 끝에 도달한 것 이상의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豫感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 가능성은 은폐된다. 놀랍게도 많은 골목이 교차하는 子宮 속에서 詩가 태어난다. 골목을 헤매며 수많은 詩를 썼지만 그래봤자 私生兒를 낳은 未婚母의 눈물 같은 하나의 시를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골목길의 모든 사람이 희망하던 것은 행복이 아니라 구원이라는 것을 잘 안다. 詩를 연처럼 날렸다. 끊긴 연은 골목이 구원이라고 믿는 하늘가에서 사라졌다. 아무 것도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끝에 무엇이 있어야하나? 블랙홀처럼 全生이 구멍 속으로 빨려든다.